이긴 횟수가 말해주지 않는 것
“오늘은 이긴 판이 더 많았으니 괜찮았다”는 말에는 조금 이견이 있습니다. 이긴 횟수는 분명한 사실일 수 있지만, 그 말만으로 하루의 손익까지 짐작하기는 어렵습니다. 횟수는 각 판을 똑같은 크기로 세고, 손익은 그렇지 않으니까요.
가정으로 열 판 중 일곱 판을 이기고 세 판을 졌다고 해보겠습니다. 이긴 판에서는 판당 1만 원씩 순이익이 났고, 진 판에서는 판당 3만 원씩 잃었습니다. 일곱 번의 이익은 7만 원, 세 번의 손실은 9만 원이므로 전체 손익은 2만 원 적자입니다. 수수료나 추가 비용은 없다고 놓은 단순한 계산입니다.
이 결과가 낯설게 느껴지는 건 일곱과 셋이 주는 인상이 워낙 선명해서인 것 같습니다. 승패를 묻는 질문에 답하면 일곱 번 이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. 하지만 얼마가 남았는지를 묻는 순간에는 그 답이 모자랍니다. 같은 결과를 두고도 무엇을 세느냐에 따라 머릿속에 남는 그림이 달라지는 셈입니다.
그렇다고 승리 횟수가 아무 의미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. 어떤 분은 손익이 조금 부족해도 대부분의 판에서 원하던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따로 볼 수 있다고 하실 겁니다. 저도 그 자체는 틀린 관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. 다만 ‘자주 이겼다’와 ‘금액 면에서도 괜찮았다’는 서로 다른 문장입니다. 앞의 문장이 맞는다고 뒤의 문장까지 따라오는 건 아닙니다.
오히려 자주 이긴 기억이 금액 차이를 덜 중요하게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. 위 가정에서 손실이 난 세 판은 횟수로는 적지만 금액으로는 전체 결과를 바꿨습니다. 일곱 번의 승리를 지울 필요는 없어도, 세 번의 손실을 그저 적은 횟수로만 놓아두면 결론이 달라집니다.
제 생각에는 승패 횟수와 손익이 엇갈릴 때 어느 쪽이 진짜 결과인지 고르려 하기보다, 각각 무엇을 보여주는지 나눠 말하는 편이 정확합니다. 횟수는 결과가 나온 빈도를 보여주고, 손익은 그 결과에 실린 금액을 보여줍니다. 다만 이것도 이미 끝난 결과를 읽는 방법일 뿐, 다음 판의 결과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.


댓글을 보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