연패 뒤 단위가 작아 보이는 까닭
처음 단위를 정할 때의 기준과 연패 뒤 그 단위를 바라보는 기준은 서로 다를 때가 있습니다. 처음에는 한 번의 결과를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지 생각하지만, 연패 뒤에는 쌓인 손실을 얼마나 빨리 지울 수 있는지가 눈에 들어오기 쉽습니다. 같은 금액인데 갑자기 너무 작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.
가령 한 번에 1만 원씩 걸기로 정했고, 다섯 번 연속 져서 5만 원을 잃은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. 승리하면 건 금액만큼 이익을 얻는 배당이라고 해도, 원래 단위로 한 번 이기면 손실은 4만 원 남습니다. 그 숫자를 보고 있으면 한 번의 승리가 별로 달라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. 반면 단위를 2만 원으로 올리면 이겼을 때 남는 손실이 3만 원이니, 눈에 보이는 변화가 더 큽니다.
그런데 이 비교에는 슬쩍 빠진 쪽이 있습니다. 2만 원을 걸고 지면 손실은 7만 원이 됩니다. 앞의 5만 원은 이미 발생한 결과이고, 다음 선택으로 새로 걸리는 돈은 1만 원 또는 2만 원입니다. 이전 손실을 빨리 줄이고 싶은 마음이 그 두 금액의 차이를 작게 보이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.
처음 정한 단위가 답답하다는 말도 그래서 조금 애매합니다. 단위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닌데, 그것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커진 겁니다. 처음에는 한 번에 잃을 수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삼았다면, 이제는 누적 손실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니까요. 같은 자를 들고도 다른 길이를 재는 셈입니다.
물론 처음 정한 금액이 언제나 적절하다는 뜻은 아닙니다. 애초에 대충 정했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면 그 기준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. 다만 연패 때문에 단위가 작게 느껴지는 것과, 원래 기준이 잘못됐다는 판단은 다른 이야기라고 봅니다. 전자는 손실의 크기가 바꾼 느낌일 수 있지만, 후자는 처음 세운 기준 자체에 대한 판단이니까요.
결국 답답함이 알려주는 것은 다음에 걸 금액보다 지금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지일지도 모릅니다. 다만 사람마다 처음 단위를 정한 이유와 손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니, 모든 연패 뒤의 마음을 한 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겠습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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